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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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불가 2016. 7. 4. 22:29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논문과 과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인지 딱히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복합적인 감정은 계속 지속되었지만 무어라 써야 할 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한참을 생각하고 어느 샌가 잊어버렸다. 그런 일들의 반복이었다. 논문은 겨우 완성 했고 그럭저럭 학기를 마쳤다. 성적은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나온 것 중에서 제일 잘 나왔다. 잠깐이나마 기뻤다.


  사람이 죽었다. 오늘, 내가 자주 다니던 역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전철에 몸을 던졌다. 20대였다. 나와 같다. 이름도 얼굴도, 그의 내력도 모르지만 그냥, 지금 20대면 겪을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그랬을 거라며 그의 상황을 이해하려 한다. 혹은 내 지금 내 끈적하고 농축적인 어떤 알 수 없는 어느 깜깜한 곳에서 침전해 있는 감정을 정당화시키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죽음에 대해서 잠깐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대해선 낙천적이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 죽고 싶지는 않지만 피할 수 없이 내 앞에 놓여있는 거라면...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아프지 않게 죽어야 한다는 되지도 않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애인 님과 나눈 이야기 에서 나는 하우스의 친구 윌슨에 대해서 말했다. 윌슨은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암 환자와 대면하고 그들을 치료했다. 어느 날 자신이 암에 걸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일했던 일을 그만두고 치료를 거부한다. 하우스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윌슨의 대사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죽지도 살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죽기 전까지 병원 침상에 누워있기 싫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암을 고치는 의사가 그런 선택을 내리다니! 라며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윌슨이었기에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암환자들이 고통을 받으며 차가운 병상 위에서 죽어가는 장면을 그는 수도 없이 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암환자를 봐왔던 암환자로서 그만의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나의 오랜 화두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이다. 그런 고민 앞에서 펼쳐진 많은 길들은 몇 개의 벽으로 인해 대부분 차단 당한다. 나는 그 벽들을 우회하는 방식을 생각하는데 제법 시간을 쏟았던 것 같다. 사실 아직 그러지 못했다. 시간은 흘렀고 지금 그 벽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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