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

생각추적

교환불가 2016. 3. 4. 23:30

  불안과 우울이 가끔씩 찾아온다. 그렇다고 정신이 너덜너덜해지는 정도는 아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혹은 대다수가 겪는 그런 것들. 예전에는 이 불안과 우울이 통제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는 단계다. 우울하지만, 불안하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다보면 그것이 어쩌면 내 삶의 작은 활력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나날이다. 일상적인 삶의 기저를 이루는 보통의 상태와 이 두 가지 상태를 드나들 수 있기에 나는 감정을 느끼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는 한다. 지금 막 대충 훑어 읽은 아도르노의 책을 감히 인용하자면, 나는 '자기 유지' 만을 하지 않았기에 타인을 지배하지 않으면서 그들을 도구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그래서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라면 정말이지 곤욕스러운 일이 었을거다. 나는 이기적이었고,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려웠고, 물건 보듯이 대하기도 했다. 그래서 차별과 억압은 당연스레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왜 내가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굳이 나의 이런 행위에 의문을 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사회운동을 하게 되었고 나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쩌다 타인을 위해서 나를 소비하면서까지 이런 행동하게 되었을까, 차별을 받는 사람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까. 나의 이런 점들이 점점 변해가는 건 설명할 수 있지만, 내가 왜 그들에게 동조하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아직까지 힘들다. 이들을 위하는 행동들이 세상을 더 좋게 바뀌는 건 알겠다. 하지만 무언가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그들'이기에, 이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아서 찜찜함을 버릴 수 없다. 그러면 내가 행동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행동일까.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타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상대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합리적이어야 하지만, 차별과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서는 비합리적인 것인가. 어쩌면 두 가지 모두가 혼합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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