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날
눈알을 앞으로 달고 있어도
눈알을 뒤로 바꾸어 달아도
약속된 비젼은 나타나지 않고
창가의 별이 쉬임없이 늙어 간다.
치아 끝이 자꾸 바스러져 나간다.
날마다 신부들은 무덤으로 떠나가고
날마다 앞 못 보는 아기들이 한 트럭씩 태어나고
느리고 더딘 미끄러짐이 시작된다.
어둠의 볼륨을 좀 더 높여라.
날마다의 커피에 증오의 독을 조금씩 더 치고
그래 그래 치정처럼 집요하게 우리는
죽음의 확실한 모습을 기다리고
그러나 냉동된 달빛 뚝뚝 떨어져 꽂히고
벽시계 과앙과앙 울리고
스틱을 든 불길한 검은 신사가
마지막 문간에 나타날 때
우리는 허리 짤린 개미떼처럼 황급히 흩어져
습기찬 잠의 굴 속으로 기어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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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의 시를 읽을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크~!"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거 정말 미쳤군!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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