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잘 표현된 불행> 中

교환불가 2015. 8. 6. 20:56

  인간이란 참 이상하다. 기계는 저렇듯 인간처럼 움직이게 하려고 온갖 지혜를 다 짜내면서, 정작 인간은 기계처럼 동작하려고 애쓸 때가 많다. 연병장의 군인들이 그렇고, 매스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그렇다. 아니 연병장이나 운동장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 시간을 균등하게 쪼개워 달을 만들고 날을 만들고 시간을 만든다. 물 같은 시간에 기계 같은 마디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땅은 어디에고 네모반듯한 땅이 없건만, 사람이 들어서는 곳에는 늘 사각형도 함께 들어선다. 밑자리가 두루뭉술한 집보다는 사각형 집이 더 많고, 그안에 들어 있는 방은 말한 것도 없다.

  시는 노래라고 흔히 말하지만, 시가 글자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시가 그저 노래일 때부터, 시 짓는 일이 말에 매듭을 지어 붙이련느 기이한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詩'라는 한자만 해도 그렇다. 왼쪽읜 '말씀 언(言)'은 예나 지금이나 말이라는 뜻이지만, 오른쪽의 '절 사(寺)'는 원래 관청을 가리키는 글자였다고 한다. 이 글자를 다시 분해하면 '선비 사(士)'와 '마디 촌(寸)'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글을 아는 사람들이 어떤 규칙에 따라 일을 하는 곳이 관청이라고 해석해야 할까. '詩'는 여기에 말씀 언(言)'이 하나 더 붙었으니, 글을 아는 사람들이 말에 매듭을 붙이는 것이 바로 시라는 말이 될 법하다. 이런 옹색한 글자풀이를 하지 않더라도 노래에는 원래부터 가락과 장단이 있으니, 그 노랫말에 매듭을 붙인다는 것이 놀라운 일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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