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0

2020.05.18

어디로 갔을까? 서울과 경기도를 몇 번 반복하며 지하철을 타고나니 모든 게 사라져버렸다. 겨우 몇 번 왕복했던 거 같다. 아무도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M과 친했던 Z, 가끔씩 만나며 근황을 묻곤했던 U. 안부를 묻고 싶지만 더 이상 물을 수 없는 K. 대략 A부터 Z, A'에서 Z'까지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하자. 내가 서울을 자주 다니기 시작했던 게 7년 전이니 대충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고 치자. 집과 서울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과 사건들, 내가 남겨놓은 사진들, 당신들의 미소, 때로는 눈물. 몇 번 지하철에서 잠을 자고 집으로 걷다보니 잃어버렸다.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 대충 알았던 것 같은데 그러려니 했다. 그러려니라고? 라며 B가 쏘아붙이며 말할 것 같다. 응, 그랬던..

일기 2020.05.18

내가 살았던 공간

과제 덕분에 쓴 글. 옛날 생각이 나네. 군대 휴가 나와서 찍은 사진. 옛날에 살던 동네다. 공간 하나. 초등학교 6학년 중반 때까지 살던 곳이 있었다. 그곳은 안양 어느 작은 빌라의 반 지하였다. 벽돌담벼락이 작은 빌라 몇 개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는 곳에 들어서면 양 옆에 네모난 빌라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앞은 네모나게 무언가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이곳에 들어서면 빌라 사람들이 나오곤 했다. 대부분의 빌라 사람들끼리 알고 지내던 터라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게 흔했다. 또한 몇몇 이웃집에 놀러가서 놀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아빠가 일하는 대공원에 동네 사람들을 데려갔던 기억도 난다. 내가 유치원 시절 동네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크게 울부짖자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기도..

끄적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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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논문과 과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인지 딱히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복합적인 감정은 계속 지속되었지만 무어라 써야 할 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한참을 생각하고 어느 샌가 잊어버렸다. 그런 일들의 반복이었다. 논문은 겨우 완성 했고 그럭저럭 학기를 마쳤다. 성적은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나온 것 중에서 제일 잘 나왔다. 잠깐이나마 기뻤다. 사람이 죽었다. 오늘, 내가 자주 다니던 역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전철에 몸을 던졌다. 20대였다. 나와 같다. 이름도 얼굴도, 그의 내력도 모르지만 그냥, 지금 20대면 겪을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그랬을 거라며 그의 상황을 이해하려 한다. 혹은 내 지금 내 끈적하고 농축적인 어떤 알 수 없는 어느 깜깜한 곳에서 침전해 있는 감정을 정당화시키..

끄적 2016.07.04

생각추적

불안과 우울이 가끔씩 찾아온다. 그렇다고 정신이 너덜너덜해지는 정도는 아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혹은 대다수가 겪는 그런 것들. 예전에는 이 불안과 우울이 통제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는 단계다. 우울하지만, 불안하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다보면 그것이 어쩌면 내 삶의 작은 활력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나날이다. 일상적인 삶의 기저를 이루는 보통의 상태와 이 두 가지 상태를 드나들 수 있기에 나는 감정을 느끼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는 한다. 지금 막 대충 훑어 읽은 아도르노의 책을 감히 인용하자면, 나는 '자기 유지' 만을 하지 않았기에 타인을 지배하지 않으면서 그들을 도구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그래서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라면 정말이지 곤욕..

생각들 2016.03.04

스탠드 아래에서

스탠드 아래에서 이제는 잘 모르겠다. 글을 조금이라도 잘 썼는지, 아니면 글을 잘 쓰려는 지점에 다다르려 생각으로만 고군분투했는지, 그래서 내가 한때는 글을 잘 썼노라고 착각했는지 말이다. 여러 책을 탐독을 해도 무언가를 적어내리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았다. 다만, 읽었던 단어나 문장이 그저 입에 머금고 서서히 농축되어 가는 기분만 든다. 말하기는 표현력이 늘지 않았을지언정 말은 제법 많아진 게 느껴진다. 한때는 대상 없는 존재에게 말을 잘 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게 해준다면 다른 능력을 줄 테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가끔 돌아오지도 않을 말과 부탁을 했다. 글에 대한 강박감이 강해지니 이런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대상없는 존재가 이제야 내게 답변을 보낸 건가 싶다. ..

생각들 2016.02.27

기분추적

중학교 시절 나는 '정말'이라고 수없이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학교에 오면 바로 잠을 자고 점심시간에 일어나서 종례시간 전까지 다시 잠을 자고는 했다. 나는 공부를 하는 방법을 몰랐고, 그래서 한 번도 시험에서 문제를 제대로 풀어 본 적이 없었다. 또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반에서 왕따로 지냈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우연히 내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를 듣기도 했다. 왕따의 이유는 간단했다. 뚱뚱했고 여드름이 덕지덕지 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가족들 또한 그런 내 모습이 탐탁해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기에 뭐라 할 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어쩌면 외모에 대한 강박이 심한 나라에서 일반적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정서이니까, 또 자식이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라는 마음이 있겠지 하며 그냥..

생각들 2016.02.27

<수저게임>

흙수저, 금수저 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여러 경험을 통해서 다양성을 지닌 사람이 자신의 부모가 가진 재산으로 단순하게 표현될 수 있다니. 재산에 대해서든 여러 상징적 경계에서든 자신이 속한 위치에 따라서 하위구분과 상위구분이 점점 명확해지는 이곳에서, 거부하고는 싶지만 거부하지 못하는 것에 약간의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월간잉여’를 책임지고 있는 ‘최서윤’ 씨가 ‘수저게임’이라는 게임을 들고 페이스북에 찾아왔다. 타로를 배운다는 소식을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나타나다니 놀라운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가끔씩 올라오는 황금수저 사진과 흙수자 사진 그리고 수저게임의 규칙을 보면서 '수저계급론'을 재미라는 하나의 측면으로 받아..

한 것 2015.12.11

<정의를 찾아서> - 파괴된 삶을 위하여

무언가를 이해하기란 설레는 것이기도 하다. 나와는 다른 서사를 살아온 이들의 서사내용을 보는 건 한 권의 소설 가치 이상은 한다고 나는 믿는다. '설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설렌다는 하나의 감정으로 있지만 각각의 내용에 들어가는 순간 감정의 길은 달리한다. 그리고 서사를 끝마치고 나는 되뇌인다. 그들의 삶을 어느정도 이해했노라고. 더 이상 이들의 삶을 단순화 시키지 않겠노라며 말이다. 하지만 전혀 접해보지 못한 주제를 처음 만나면, 나는 언제나 그들의 삶을 단순화 시키지는 않을지언정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 자신은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타인은 단순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고문의 문제, 특히 이 저서에서 다루는 주제는 고문 이후의 피해자..

한 것 2015.11.28